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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일명 통화녹음 금지법) 철회 후 재발의, "삼성전자 갤럭시의 악재인가?

DevMonster 2022. 10. 11. 02:23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포함한 11명이 발의한 통화 녹음 금지법이 철회되었다가 재발의되었다. 개정안 내용상 당사자가 통화한 것이라 해도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녹음만 해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갤럭시 자동 녹음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감옥에서 갤럭시 회동을 하는 일이 발생한다. 다행히 통신비밀 보호법 개정안 일명 통화 녹음 금지법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철회되었다. 그리고 9월 29일 일부 내용을 수정해 다시 발의가 진행되었다.

이 법안은 「헌법」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대화 녹음 시 대화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되었다.

그렇다면, 법안이 어떤 식으로 변경되는 걸까?

기존 통신비밀 보호법, 8월 18일 최초 발의된 개정안 그리고 9월 29일 추가 개정된 개정안 이 3개를 가볍게 비교해 본다.

8월 18일 발의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신·구조문대비표


먼저 기존 통신비밀 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카페에서 커플의 사적인 대화를 옆 테이블에서 몰래 녹취하거나 친구랑 술 마신 뒤 같이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서 하는 이야기를 택시기사가 녹취하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대화 당사자가 녹음한 것은 괜찮다. 업체와의 업무적인 통화나  부동산 거래를 위해 공인중개사나 임대인과의 통화처럼 내가 직접 통화한 것에 대한 녹취가 가능하다.

8월 18일 최초 발의된 개정안에서는 현행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는 문구를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라고 변경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실수로 녹음만 해도 무조건 1년 이상은 감옥에 가야 하는 것이다.

보조 기억 수단이나 분쟁에 휘말렸을 때를 대비해 자동 녹음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더하여 권력 계층에 대한 견제가 어려워지고 기자들의 전화 취재 역시 녹취가 안된다면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졌다. 단편적인 예를 들어, 고위 관료 A씨가 기자한테 유선상 부정청탁을 했을 때 녹취 내용을 언론에 뿌리고 사법계에 맡기더라도 위법하게 녹취했으므로 증거 효력이 없고 오히려 이 법안에 의해 기자가 감옥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혹여나 기자가 녹취록은 공개하지 않고 대화 내용만 가지고 언론에 보도했을 때 고위 관료 A씨가 사실을 부인하면서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기자를 고소할 수도 있다.

 

리얼미터의 통화녹음 법안 발의에 대한 찬반 여런조사

 

8월 2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도 반대 64.1% 찬성 23.6%로 반대에 무게가 쏠렸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최초 발의된 개정안이 철회가 되었다.

 

9월 29일 재발의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신·구조문대비표

 

9월 29일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재발의 되었는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서 1년 이하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변경됐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기자들이 공익을 위해 통화 녹음하는 것은 가능해도 일반 시민들이 보조 기억 수단이나 피해 방지를 위해 녹음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된다. 혹자는 아이폰의 예를 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에서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금지했으니 대한민국도 따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은 전체 50개 주 중에서 13개 주에서만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 녹음 금지법 적용 주 가장 짙은 13개 주는 금지 (출처: 레코딩로닷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사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는 동의 없이 통화 녹음하는 것은 물론이고 녹음 파일을 소지하고만 있어도 형사처벌된다. 독일, 아일랜드, 호주, 캐나다의 경우도 동의가 필요하다. 영국, 일본, 덴마크, 핀란드의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은 가능하지만, 녹음 내용을 제3자와 공유하면 안 된다.

국내에선 많은 사람들이 당사자 간 대화는 녹음이 가능하다는 걸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사회적인 합의 없이 개정안을 도입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자동 녹음됐던 파일들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서 보호해 주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갤럭시에 통화 녹음이 사라질까? "그렇다."
통화 녹음 기능이 사라지는 대신에 통화 도중 한쪽이 녹음을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알림을 보내는 기능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크진 않아도 갤럭시에겐 악재가 분명하다. 애플페이 도입에 이어 갤럭시 통화 녹음까지 사라지면 내년부터는 애플과 갤럭시는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과연 통화녹음 금지법이 통과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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